반도체 수출과 앞으로 한국의 수출 대응 전략
나는 누구보다도 시장주의자 입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늘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 때도,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라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예상대로 전 세계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마찬가지다. 철저한 시장주의에 기반을 두고 문제를 바라보면 반도체 지원법의 해답은 간단하다. 기업은 시장이 있는 곳에 가야 한다. 보조금이 있는 곳에 가면 안 된다. 보조금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조금 에 목을 매면 기업의 성장성이 죽을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전기 자동차산업이다. 알다시피 중국은 전기차산업을 키우기 위해 2010년부터 막 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전기차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많은 문제도 불거졌다. 예를 들어 실제 판매 수치보다 높게 판매 수량을 잡 아 보조금을 허위로 받아내는 부정 수급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낮추었고 얼마 전 폐지했다. 보조금 폐지에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경쟁력을 잃는 다고 아우성쳤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경쟁력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 보조금이 폐지되자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제대로 된 실력을 키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야 하는가? 완전히 철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최근 현장에서 많이 받는데, 나는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본다. 우리 기업은 국내시장이 협소해 대외수출이 아니면 답이 없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를 차지한 중국 시장에서 철수해 아프리카 시장을 확대한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돈은 누구한테서 벌 것인가? 부자가 되려면 부자 옆에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돈은 돈이 있는 곳에서 버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기업 역시 중국 시장에 반도체를 팔지 않고는 R&D 비용을 유지할 수가 없다. 중국은 시장경제가 체질에 맞는 나라다. 딱 자본주의 논리로만 문제를 바 라본다. 적들과도 장사하는 것이 중국인들의 핏속에 깃든 철학이다. 그런 면에 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 다 안다. 그럼에도 필요하니까 장사하는 것이다. 그게 중국인의 마인드다. 중국은 어차피 한국의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하다. 한국 반도체를 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미, 중이 갈등하니까 중국 철수를 고민한다? 이것은 협소한 시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중국이란 시장을 잃어버릴까 걱정하기보다 기회라고 여겨야 한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의 최첨단 기술과 장비가 제한받는다? 한국으로서는 다시 기술 격차를 벌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한국 기업들이 성공하려면 산업의 격전지에서 싸우고 이겨내야 한다. 한국에서 삼성, LG, 과거의 대우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등장한 이유는 그들이 국 내에서 경쟁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 나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 유럽 시장에 들어가 그곳의 1등 기업들과 치열하게 싸우며 이길 생각을 해야 한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중국도 미국도 유럽도 한국의 메모리반도체가 없으면 산업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그만큼 메모리반도체에 있어 한국은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한국이 메모리반도체를 중국에서 만들든 한국에서 만들든 미국에서 만들든, 어차피 중국은 살 수밖에 없는 것이 다. 미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이 사실을 앞세워 스스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참에 더는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아니라, 미국에도 요구할 건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자본주의 국가다. 시장경제 원리가 무엇인가. 나 혼자 배부르고 잘산다고 해서 시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공평하게 장사해서 함께 나눠 먹는 것 이 원칙이다. 대표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인 미국이 밀어붙이는 반도체 지원법을 무조건 따라갈 게 아니라, 서로 원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모색하 자고 좀 더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두가 한국을 원하는 이때야말로 한국 스스로 가치를 높일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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