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동맹에 맞서는 중국의 대응 전략
중국으로서도 미국과의 '강대강' 대치는 얻을 것보다 잃을 게 훨씬 더 많다. 따라서 미국과 디리스킹 분위기를 연출하며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한편, 미국의 봉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서는 중국 정부가 원천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설립한 '과학기술위원회'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알다시피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기술과 자본을 해외에서 들여와 값싼 노동력을 투입하고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에 수출했다. 국제무역 질서 안에서 제조업 부가가치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국가가 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세계 G2로 올라선 이유는 내가 늘 강조하듯이 세계화라는 시대적 운명 때문이었다. 문제는 G2의 위치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고 경제 규모를 키우 는 데만 집중해 가장 중요한 원천 기술 확보에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거의 없고, 단지 중국이 잘한 것은 이미 존재하는 유형의 기술에서 파생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응용 영역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그동안 별생각 없이 돈을 내고 편리하게 사용했던 반도체 를 비롯해 컴퓨터와 인터넷에 사용되는 최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하던 미국과의 관계가 어긋나며 문제가 터졌다. 세계화의 시대에서 탈세계화, 블록화로 세계 질서가 바뀌고 미국과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중국 스스로 원천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이 부랴부랴 원천 기술 개발에 들어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도 미국이 기술 제공을 끊으면 중국은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과학기술위원회(디지털국도 신설했다)를 설립해 반도체, AL, 빅데이터 같은 미래 선도형 산업의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 주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처럼 미국과 선진국에서 기술을 갖고 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무에서 유를 직접 만들어내 미국 중심의 서방 세계의 압력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양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 가운데 하나가 왜 중국에서는 챗GPT가 안 나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알다시피 AI 기술과 관련해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관련 특허는 오히려 미국 보다도 많고, 관련 기업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 관점에서 더 뼈아픈 사실은 오픈AI의 챗GPT 개발팀에 놀랍게도 칭화대학, 북경대학 출신의 중국인 개발자가 많다는 것이다. 같은 중국인인데, 미국에서는 가능한 것이 왜 중국에서는 불가능한지 중국 정부도, 과학계도, 철저하고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역시 Al 기술을 비롯해 빅테크 관련 기술이라면 세계적인 수준인데도, 왜 챗GPT 같은 아이디어는 안 나올까? 나는 이 문제를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대답 을 찾는 과정에서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인데, 챗GPT 같은 창조적인 아이템 나오려면 무엇보다 환경이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중국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서비스 산업이 약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제품을 따라 만드는 건 세계 어느 국가보다 잘한다. 그러나 관련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산업에 관해서는 사업 환경이 아직은 선진국보다 미흡하다.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서비스업으로, 투자와 성장에서 소비로 산업의 구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양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서비스 산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왔다. 둘째, 중국의 문화에서 기인한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표현의 자유 같은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그만큼 신선한 시각과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뜻이다. 물론 이것은 단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많은 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다양성이란, 그 자체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표현의 자유, 토론의 자유 같은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다양성의 힘을 깨닫고 활용해 세계 최고가 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 같은 단일 민족 국가에는 사회 전반에 그 민족만의 어떤 평균 가치가 존재한다. 그러나 좋은 점도 있지만, 보편 가치, 평균 가치에서 어긋난 말이나 생각이나 행동을 하면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나와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도 한국도 오픈AI 같은 기업이 나오려면 단일성과 획일화된 문화만으로는 안된다. 민족 불문, 국적 불문, 성별 불문의 다양한 인재들이 함께 어울릴 때 이전에 없던 혁신이 나오는데, 그런 점에서 굉장히 빈약한 것이다. 중국 정 부는 이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오픈AI 같은 핵심 기업들이 나올 수 있도록 사 회 혁신을 다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