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중 갈등은 공존과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전 상황

지식in답변 2024. 7. 29.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당분간은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 특히 미국 이 중국에 대한 최첨단 기술 봉쇄를 한층 강화하는 상황이다. 미 국방부 자문이 쓴 책을 보면, 앞으로의 6년을 위험 구간이라고 표현한다. 미국 상층부는 시진핑 지도부가 대만 수복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동북아시아가 전쟁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국과 중국의 현재 상태에 대해 '양전'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냉전은 무력 대신 경제, 외교, 정보 등을 수단으로 하는 전쟁이다. 그 반대의 개념이 무력을 사용하는 전쟁, 즉 열전화이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양전이란 어떤 관계를 의미할까? 한마디로 냉전도 열전도 아닌, '공존'과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관계를 말한다. 중요한 점은 경쟁은 상대방을 죽이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무력에 의한 전쟁은 최대한 피하면서 경쟁을 통해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겠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즉, 중국 봉쇄라는 본질에는 변함없지만, 극단으로 치닫기에는 양국 간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므로 공존과 경쟁을 통해 중국을 확실히 따돌리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따라서 강경 일변도의 강대강 전략보다는 양전이란 표현처럼 정치 피로도에 따라 긴장과 완화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정권 때는 중국과 일전불사를 외쳤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잘 안됐다. 트럼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바이든 정권이 선택한 것이 바로 한국, 일본, 호주를 비롯한 동맹국까지 끌어들여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이다. 이 역시 처음에는 돌격 앞으로를 외쳤는데, 최근에는 약간 뒤로 빠지는 모양 새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 즉 갈등이 아닌 경쟁 관계로 순화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먼저 미국의 경제 상황을 봐야 한다. 신용카드 사용률을 비롯해 각종 소비 신용지표의 부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실업률이 괜찮다는 발표가 자주 나오지만, 과연 정확한 통계인지 의심스럽다.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은 실업률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중소은행 파산 소식도 들려오고 있는데, 이는 작은 스타트업들이 줄지어 파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에 가보면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상 당하다. 경기를 이끌어가는 소비와 투자 모두 갈수록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여전히 가성비 좋은 중국과의 무역을 계속 유지하는 게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수치만 놓고 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정도 줄어든 게 사실이다. 가성비를 무기로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던 제품의 공급처 상당수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로 바뀌고 있는 것 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런 수출업체의 상당수는 중국 기업이나 마찬가지 다. 제품 레이블은 바뀌었지만, 기업 오너부터 시작해 속을 들여다보면 중국 기업인 경우가 많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미국 국채 문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으로 유지되는 나라다. 달러를 계속 찍어내고 주식시장, 채권시장이 계속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중국은 자신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만큼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그 러나 중국이 현재 보유한 미 국채는 2013년 약 1조 3,000억 달러 대비 40%가량 줄어 8054억 달러(2023년 8월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2년~3년 사이에 보유량을 급격하게 줄였는데,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는 데에는 중국의 국채 매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국채를 팔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게 2024년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전 대통령인 공화당의 트럼프가 예상 득표율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 미국 경제가 어려울 가능성도 크다. 러시아와 OPEC이 미국의 세계 경영에 어깃장을 놓고 있어 원유 가격이 100달러가 넘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잡히지 않고 있고, 고물가에 고금리는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주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라는 클린턴의 말처럼, 바이든으로서는 발등에 '재선 실패'라는 불이 떨어진 셈이다. 결국, 지금 바이든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아니라 당장 경제를 살리는 일인데, 중국과의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그마저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바이든 정권으로서도 기존의 초강경 자세에서 한발 물러나 중국 변수를 잘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