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와 수출로 해결되지 않는 중국의 경제 상황
내수와 수출로 과잉 생산 문제가 해결되며 중국 경제는 엄청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마윈의 알리바바가 계속 적자를 내다가 2005년부터 빠르게 성장 한 것처럼 중국의 부자는 모두 그때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던 중국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한 번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금융위기가 겹치며 중국 경제를 견인하던 수출이 급감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해결책은 또다시 인프라 건설이었다. 중국은 중앙정부에서 4조 위안, 그리고 지방정부에서 매칭 펀드로 마련한 자금을 합쳐 무려 8조 위안이 넘는 돈을 시장에 풀었다. 중국의 광활한 국토를 촘촘히 이을 기세로 고속도로를 깔고, 내륙철도를 잇고, 공항과 항구를 지었다. 침체한 경기를 건설, 부동산업으로 부양한 것이다. 이런 적극적인 대응으로 부동산 경기가 경제 전체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그 결과 중국 GDP의 30%가 부동산 관련으로 채워지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중국 당국의 정책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욕망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게 자본주의고,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한 결과가 생산 과잉이다. 그리고 생산 과잉은 결국 시장의 실패를 불러오게 된다. 문제는 이 상태를 정부가 그대로 놔두면 시장이 자체적으로 회 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수익을 못 내는 기업은 뼈를 깎는 고 통으로 몸집을 줄이고, 버티지 못하면 파산하게 된다. 그렇게 파산할 곳은 다 파산하고 생산이 적절하게 조절된 뒤에야 경기가 다시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 이다. 그런데 투표로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 국가 정부는 경제와 시장이 스스 로의 힘으로 조절될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다. 당장 국민에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주의 경제학과 대척점에 서 있는 케인즈 학파의 이론이 바로 그것인데, 대표적으로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 정부가 시행한 뉴딜정책을 예로 들 수 있다. 1932년까지 세계무역의 60%가 감소할 정도로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고통을 겪던 대공황에서 루스벨트 정부는 은행을 구하기 위해 금본위제를 중단하고, 테네시강 유역 개발 공사로 댐을 만들고, 공원을 조성하고, 길을 만들며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시장이 실패할 때 정부가 정책적으로 수요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자정 기능을 참지 못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은 결국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업들은 시설을 확충하게 된다. 기계 1대면 생산 가능했던 수요가 늘어 10대가 필요하게 되는데, 문제는 10대의 기계를 구입할 자금이 없기 때문에 은행의 대출로 진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든 인프라 확충에는 상한선이 있다. 확충이 끝나면 늘어난 10대의 설비는 어떻게 될까? 원래 필요했던 1대만 여전히 돌아갈 뿐, 다시 일감이 줄어들면 9대는 놀게 된다. 그 9대에 붙어 일하던 노동자 역시 실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설 확충을 위해 은행에서 받은 대출 이자를 갚기도 힘들어지고 다시 파산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은 당면한 위기를 넘길 수는 있어도 경기 후퇴를 늦추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현재 중국 경제가 바로 이 단계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도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거침없이 시장에 돈을 풀었다. 막대한 돈이 풀리며 가수요를 만들어내자, 당장은 경제가 살아나는 것 처럼 보였다. 돈을 풀어 수요를 만들 때는 확장된 설비와 확장된 노동력이 경기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요가 끊어지면 시설은 멈추고 노동자는 실직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 세워진 아파트를 모두 소화하는 데 10년 ~16년이 걸린다고 한다. 쉬운 말로 중국은 미래의 10년을 미리 끌어와 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10대의 설비 중 9대는 놀고 있고, 노동자들은 실직하고, 은행은 대출 이자를 못 내는 기업과 파산한 기업으로 부실해지고 있다. 정부가 시행할 방법이라고는 금리를 낮추며 다시 돈을 푸는 방법밖에 없는데, 과연 이번에도 효과가 있을까? 더는 만들어낼 수요가 없기 때문에, 절대 예전만큼의 효과를 볼 수 없다. 중국에 가보면 농촌까지 이미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지방 도시들에는 빈집이 널려 있다. 이제는 할 수 있는 투자가 별로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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