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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자가 아닌 롱터미즘을 지지하는 이유

지식in답변 2024. 8. 28.

롱터미즘의 반대 개념인 숏터미즘(단기주의)이 한때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숏터미즘의 특성은 속도와 효율성이죠. 롱터미즘이 주목하는 것은 기회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뭔가 하나 유행이 불었다하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유행하면 바로 사들이고, P2P 상품이 유행하면 바로 거기로 달려갑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또 거기에 매달리고요. 물론 '숏터미즘'이든 '롱터미즘'이든 그 자체로는 옳고 틀린 것을 가려 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본질에서 출발해 보면 단기주의자들은 땅을 갈고, 파종하고, 비료를 주고, 물을 주고, 길러내는 전체적인 과정 을 간과하고 곧바로 풍성한 과실을 기대합니다. 바꿔 말하면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부분적인 환상에 빠져 있습니다. 그들은 하루 아침에 돈을 벌고, 하루 아침에 똑똑해지길 바라며,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되길 원하지요. 물론 특정 시간대에, 특정 확률로 단기간에 부를 축적한 사례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대다수 단기주의자는 모두 실패 합니다. 몇몇이 아주 적은 확률로 수익을 얻었을 뿐인데 그 적은 확률이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어 성공 사례라는 타이틀을 걸고 유혹하고 있는 것이죠. 숏터미즘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굳이 롱터미즘을 고립하는 이유가 뭘까요? 수익을 얻는 방법은 3가지가 있습니다. 도박, 투기, 투자입니다. 도박은 생각도 논리도 없이 하는 겁니다. 누가 뭐라고 말하면 같이 따라서 하는 게 도박이지요. 투기는 일정 시간의 연구 분석을 통해 어떤 사건을 기반으로 기회를 포착하는 걸 말합니다. 이번 재무 보고가 예상을 초과할지 아닐지를 추측하면서 모험을 걸어 보는 거죠. 투자는 주기가 긴 복리 효과에 집중합니다. 한 기업이 오랜 기간 좋은 실적을 유지 중인데다가 시장 퍼포먼스가 좋다면 장기적으로 주가 역시 이슈가 없으므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투자는 기업의 전체 상황을 연구하고, 투기는 사건을 연구하며, 도박은 아무것도 연구하지 않습니다. 장기 투자의 목표물은 가치이고, 단기 투기의 목표물은 가격입니다. 이건 투기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실 투기는 투자보다 훨씬 난도가 높습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너무 많습니다. 거시환경의 변화, 시장의 변동, 기업 실적의 기복, 심지어 돌발 사건의 영향 등이 모두 기업의 가격을 포함한 가지를 널뛰게 합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파는 게 무척 어렵지요. 그런데 투자는 기업의 내부 가치가 안정적이면 대내외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따라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 주 일상적인 예를 들어 볼게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면 아이들은 2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나가서 돈을 벌거나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거나 일을 하면 바로 수입이 생긴다. 배달 업무든 건설 현장에서 일하든 매달 20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하면 최소 4년은 수입이 없다. 학비, 기숙사비, 생활 비를 모두 합치면 매달 평균적으로 200만 원씩 지출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평균 월급은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대부분이 대학 입학을 선택하리라 믿습니다. 왜 그럴까요? 4년 동 안은 수입이 없고 졸업 후 받는 월급이 배달 직종보다도 낮은데 말입니다. 얼마 전에는 현재 라이더로 일하는 7만 명 정도가 석사생 출신 이라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은 대학 진학 옵션을 선택할까요? 지금 당장은 대학생 수입이 고졸자보다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조금 살아 본 결과, 고졸자에 비해 대출자에게 더 많은 인생의 선택과 기회가 온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대졸자의 수입이 더 많아지죠. 배달 업무 수입은 200만 원이 최대치라 더는 오를 곳이 없고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 겁니다. 마음속에 대출자가 가지는 신분의 가치가 지금 당장의 수입이 주는 매력을 훨씬 넘어섭니다. 이게 바로 롱터미즘을 잘 설명하는 예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하게 답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조금 전에 언급했던 도박과 투기, 투자의 옵션으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실제로 도박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 운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기술이 좋아서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투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주식의 그래프를 보면서 많은 지식을 공부하고 이제는 투자의 맥락을 잡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회를 잘 잡아 엄청난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능력으로 벌어들인 돈인지, 아니면 우연한 기회가 맞닿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우연찮게 트렌드의 흐름을 탄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2020년에는 알다시피 전 세계 주식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너도 나도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돈을 벌었습니다. 투자하는 종목마다 상승세를 타서 재미를 본 사람이 많았죠. 투자 수익이 높다 보니 사람들은 본인의 실력을 과신했고 심지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보유한 자산을 모두 주식에 투자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21년 설 연휴가 지나고단 한 달 만에 지난해 상승했던 종목들이 고꾸라졌고 심지어 사람들에 게 인기 있던 과학/기술주는 반 토막이 났습니다. 물론 이것이 최종편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롱터미즘 에 관한 답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습니다. 흔히들 "시간이 약"이라고 말합니다. 단기간에는 인생에 모이는 샘플 계수가 너무 부족합니다. 그걸 가지고 통계 결과를 도출했다가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 십상입니다. 성공했을 때 어떤 부분이 운이고, 어떤 부분이 실력이었는지는 시간이 오래 지나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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