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은 비용일까 아닐까?
가성비 좋은 투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혹시 수익에서 처음에 지불한 구매비용을 빼서 플러스면 성공한 투자, 마이너스면 실패한 투자일까요? 다시 말해서 투자를 할지 말지 결정할 때, 돈을 벌 수 있는지 없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나요? 틀렸습니다. 투자에서 말하는 비용은 절대 액면상으로만 보이는 그 비용이 아닙니다. 수익 역시 절대 액면상으로만 보이는 그 수익이 아니지요. 진정한 투자비용이란 무엇일까요? 카페를 열고 싶은 당신은 고심 끝에 한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초기 투자금을 계산해 보았더니 가맹비 2만 달러, 인테리어 비용 5만 달러가 필요했다. 영업을 시작하면 매달 1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하는데 운영 유지비가 6천 달러 필요하므로 매달 4천 달러씩 벌 수 있다. 가맹비의 양수 기간은 2년이고 인테리어도 완성 후에는 대략 2년 정도 유지할 수 있으니 2년 동안의 수익은 9만 6천 달러다.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빼면 순이익은 2만 6천 달러다. 이 사업, 해볼 만한 것일까? 언뜻 보기에는 꽤 괜찮은 사업인 듯합니다. 초기에 필요한 투자금은 7만 달러이고, 2년 동안 2만 6천 달러를 벌 수 있다면 수익률으로도 나쁘지 않죠. 그럼 지금 당신이 지불하는 2만 달러로 2년 동안 브랜드의 가맹권을 가진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2년 안에 오픈하지 않으면 가맹비는 환불이 불가하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가맹비를 지불했는데 갑자기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당신이 선정 한 부지 주변이 철거 구역으로 지정되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모두 이사를 갈 예정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럼 고객 방문량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가맹비는 이미 지불했고 환불이 불가능하니 먼저 인테리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테리어를 마치고 오픈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계산을 한번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고객 감소가 매출에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계산법에 따르면 월 매출이 6천 달러까지 떨어지고 순이익은 2,500달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달 순익 2,500달러로 계산하면 2년 동안의 순익은 6만 달러입니다. 거기에서 초기 투자금 7만 달러를 빼면 1만 달러가 적자입니다. 이 매장을 오픈하는 게 맞을까요? 2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1만 달러를 손해 본다면 하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데 사실 손해를 계산할 때는 비용을 구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맹비 2만 달러와 인테리어 비용 5만 달러는 이미 지불한 금액으로 환불이 불가합니다. 다시 말해 매장을 오픈하든 아니든 이 돈은 회수 불가능한, 재생 불가능한 비용입니다. 이러한 비용을 매물비용이라고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투자 혹은 인생의 모든 결정에 매몰비용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뺀다고 하면 2년 동안의 순익은 6만 달러가 됩니다. 어때요? 생각이 조금 달라졌나요?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매장을 오픈하면 2년 동안 1만 달러 적자가 발생하지만, 매장을 닫는다면 7만 달러(가맹비+인테리어 비용)의 적자가 발생합니다. 어떤 걸 선택하겠습니까? 아무래도 이 매장은 오픈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계속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오픈을 결심하고 매장을 운영하려고 하는데 본사에서 새로운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매장이 위치한 지역 주변의 철거가 예상하지 못한 불가항력의 요인이므로 2가지 지원 방안을 제시한 것이죠. 하나는 해당 위치를 포기하고 원래 예상 고객수와 비슷한 유동량 이 있는 새로운 지역에 오픈하되 가맹비는 추가로 받지 않는 방안입니다. 다른 하나는 개점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특수한 상황이니만큼 특수 정책을 적용해 가맹비 전액을 환불해 주고 인테리어 보상금으로 1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숫자로만 살펴볼까요, 다시 매장을 신규 오픈한다면 고객 방문량은 예전과 비슷하므로 2년 내 순익이 최초의 2만 6천 달러와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오픈을 철회한다고 하면 일회성으로 3만 달러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사실 이 계산에도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매몰비용입니다. 새로운 위치로 옮긴다고 해도 사용되는 가맹비는 결국 이미 지불한 금액입니다. 비록 이 가맹비는 오픈을 위해 필요하지만 이미 지불을 마쳤기 때문에 다시 낼 필요가 없으니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신규 오픈하는 매장에 들어가는 비용은 인테리어 비용밖에 없습니다. 2년 동안의 순익은 4만 6천 달러 정도니까 폐점으로 얻는 수익 3만 달러보다 훨씬 크지요, 그러니 이 매장은 새로운 자리로 옮겨서 오픈하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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