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종목 투자보다 ETF 투자가 더 쉬운 이유
많은 전문가들은 주식은 장기투자하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보통 오래 투자할수록 손실을 볼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장기투자로 수익을 낼 가능성과 관련해 삼성자산운용에서 재미있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코스피 지수에 1980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 까지 매일 하루씩 단기투자를 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죠. 코스피 지수가 오른 날은 51.3%, 떨어진 날은 48.7%였습니다. 말 그대로 번 날과 잃은 날이 반 반입니다. 평균 수익률도 0.03%에 불과했습니다. 40년 가까이 열심히 사고팔 았는데도 수익률은 본전이었다는 겁니다. 투자 기간을 한 달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 수익을 낼 확률은 54%로 늘고, 손실을 볼 확률은 46%로 줄었습니다. 다시 투자 기간을 1년으로 잡으면 수익을 낼 확률은 65%, 손실 확률은 35%까지 줄어듭니다. 투자 기간이 5년일 땐 수익 확률이 84.5%, 10년일 땐 86.2%까지 늘다가 투자 기간을 20년까지 늘리면 수익을 낼 확률이 100%가 됩니다. 1980년 이후 어떤 날 투자를 시작 하더라도 20년 동안 투자를 했다면 손해볼 일이 전혀 없었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어떤 주식에 투자하든 장기투자가 답일까요? 부침이 심한 중소형 주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주에 장기투자한다면 지수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코스피 지수가 1000, 2000, 3000을 돌파했을 때 각각 코스피 지수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오른쪽 표를 통해 보면서 해답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1980년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가 1000선을 처음으로 돌파한 건 1989년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는 은행 주가 5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은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2021년에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은행주는 한 종목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1989년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면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드는 우량 대형주를 골랐다고 해도 투자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수많은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를 고른 혜안이 있는 투자자를 뺀다면 아무리 장기투자를 해도 투자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대신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기업이 빠르게 성장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 기업의 성장세도 돋보였습니다. 주식을 고를 때는 산업의 변화를 예측해서 성장하는 업종에 있는 회사로 꾸준히 종목을 교체해줘야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자료지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업종을 골라내는 것도 어렵지만 같은 업종 안에서도 더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1989년엔 시가총액 순위가 7위와 8위로 나란했던 삼성전자와 금성사(LG전자)는 같은 전자업종으로 묶였겠지만 30년 뒤 두 종목의 수익률 차이는 크게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개별종목에 투자할 때 따라오는 손실 위험을 개별종목 리스크라고 합니다. 개별종목 리스크는 회사가 속한 산업의 전망, 기술의 발전, 경영진의 능력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지금은 회사가 잘나가더라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산업 전체가 쪼그라들 수도 있겠죠. 아니면 같은 업종에서 다른 경쟁기업들은 다 잘나가는데 내가 고른 기업이 갑자기 이상한 신사업에 뛰어들어서 돈을 까먹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모회사는 생각한 대로 돈을 잘 버는데 자회사가 골치를 썩힐 수도 있고요. 이처럼 한 기업에 투자하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ETF에 투자하면 개별기업 리스크를 피할 수 있습니다. 업종 전반에 투자하는 ETF를 고르면 내가 투자한 기업에 악재가 생겨 수익률이 뒤처질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시장 전반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면 산업 변화에 따라 내가 고른 기업이 부진할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제외하고 나서야 주식에 장기투자했을 때의 효과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주식에 장기투자하면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목을 잘못 고르면 장기투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1989년으로 돌아가 삼성전자를 골라 낼 안목이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ETF를 활용해 개별기업 리스크를 줄이는 게 마음 편한 투자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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