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온 생각 : 중국경제,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일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아프리카 내전, 최근의 이스라엘과 팔레스 타인 분쟁 등등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갈수록 늘고 있다.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떨어지는 세계성장률의 측면에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지난 역사를 보면 파이가 클 때, 즉 경제가 좋을 때는 전쟁이 잘 일어나지 않았다. 잘 먹고 배부르니 굳이 남의 것을 탐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먹을 파이가 갈수록 작아지면서 문제가 불거지는 법. 이처럼 한 국가의 정치, 경제를 비롯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부터 제대로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중국 경제만 좋지 않은 게 아니다. 선진국, 이머징 국가 구분할 것 없이 성장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악화한 중국의 경기 역시 세계 경제의 흐름과 연관돼 있는데, 생산요소(토지, 노동, 자본, 기술) 투입형 발전 모델의 효용이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생산요소 투입형 경제였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독일, 프랑스, 미국을 비롯한 서구를 시작으로 아시아의 일본이,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큰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세계적인 흐름에는 생산요소를 투입해 발전한 경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을 비롯해 제국주의 열강들이 끊임없이 식민지를 늘리려 했던 까닭이 바로 생산요소 차원에서 새로운 공급원, 새로운 노동력을 찾기 위해서였다. 영국을 예로 들면 인구 5천만 명의 노동력이 생산하던 GDP와 식민지의 노동력을 다 합쳐 생산하는 GDP는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영국이 세계의 패권 국가가 된 1차적 요인은 엄청난 노동력과 시장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산요소 투입형 경제는 단위당 생산 효율성이 점점 떨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미국 역시 베이비붐 시대를 맞아 70년대, 80년대 노동력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여기에 자본, 기술, 생산요소가 더해지면서 경제가 활황을 구가했다. 1981년도에 1달러 부채로 일으킬 수 있는 GDP가 32달러일 정도로 엄청난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면 임금부터 시작해서 모든 재화의 가격이 오른다는 것. 202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1달러 부채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 가치는 7달러로 떨어졌다. 1/4로 효율성이 반의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처럼 떨어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은 좀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과거 미국이 주목한 곳이 바로 일본이었다. 덕분에 미국의 선진 자본과 최첨단 기술이 넘어가며 일본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뒤이어 순차적으로 한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결합해 한강의 기적이 만들어졌고, 그다음에는 죽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중국이 세계 경제에 포함되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저렴하게 제 품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결국 '생산요소 투입형 경제', 즉 자본과 기술이 저개발 국가의 노동력을 찾아 이동하면서 세계 경제가 만들어지고 확대되며,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 로 풍족한 세상에서 모두가 잘 먹고 잘살게 되었던 것이다. 이게 바로 '세계화'의 실체가 아니겠는가. 중국 경제로 돌아가자. 중국이 기록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생산요소 투입형 경제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 14억 인구라는 세계 최대의 노동요소와 9억 6천만 헥타르의 광대한 토지요소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기업들이 최신 기술과 자본을 투입함으로써 중국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도 생산요소 한계 법칙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매년 10% 넘게 상승하던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져 지금은 5%대를 기록하고 있다. 정리하면,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공통 현상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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